2020. 6. 15. 23:19ㆍ영화
톰보이
Tomboy
소년이 되고 싶은 소녀. 내가 원하는 나이고 싶은 10살 미카엘의 특별하고 비밀스러운 여름 이야기
● 영화 정보
- 감독 : 셀린 시아마
- 출연 : 조 허란, 말론 레바나, 진 디슨 등
- 등급 : 12세 관람가
● 리뷰 요약
- 네가 로레이든, 미카엘이든. I LOVE YOU ALWAYS.
- '셀린 시아마'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
- 이 감독이 이 주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진다.
ㅣ <톰보이> 줄거리
가족과 새로운 동네로 이사 온 10살 여자아이 로레. 로레는 방학 기간 동안 새로 만난 친구들에게 자신을 '미카엘'이라고 소개하며, 남자아이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한다. <톰보이>는 '미카엘'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 카메라의 시선이나 연출적인 부분에서 '미카엘'을 어떠한 성별로 단정 짓지 않는다. 감독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더불어 관객 또한 그 성장통과 정체성을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연출법도 너무 좋았다. 정체성이나 틀에 박힌 관념에 대해 관객에게도 강요하지 않는 것 같아서, 감독이 이 메시지에 대해 얼마나 소중하게 다루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어릴 때 우리는 모든 것을 처음 경험해본다. 욕구가 강하고 감각적인 시기다. 나이가 들면 우리는 선택해야 하지만 이때는 오히려 모든 것이 열려 있고 정체성을 갖고 놀 수 있다. 나는 그러한 캐릭터들이 가져다주는 내러티브와 영화의 관점을 좋아한다." - <톰보이> 셀린 시아마 감독
※ <톰보이>는 원제 또한 Tomboy. 프랑스 작품임에도 원제가 영문인 이유는 '톰보이(미소년)'을 프랑스어로 번역하면 '실패한 소년'이라는 부정적인 뜻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ㅣ'셀린 시아마'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
<톰보이>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셀린 시아마 감독의 초기 작품.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붐이 일어난 후, 국내 관객들의 요청에 의해 개봉할 수 있게 된 작품이고, 셀린 시아마 감독의 성장 영화 3부작 중 한 작품으로 불린다.(* 세린 시아마 성장 영화 3부작 : <워터 릴리즈>, <톰보이>, <걸 후드>)
이 작품은 실화는 아니지만 '셀린 시아마' 감독의 어릴 적 경험이 토대가 된 작품이라고 한다. 그녀는 인터뷰 중 '나는 짧은 머리 말괄량이였던 시절, 가끔 소년으로 오해받았고 그게 좋았다. 그 오해가 나에게 줬던 자유로움을 기억한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 경험에서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 중 어른들이 정한 고정관념의 틀에 부딪힌 미카엘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 같다.
<톰보이>는 프랑스 개봉 당시, 약 30만 관객을 동원하며 영화의 의미와 메시지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저학년 학생들에게 영화를 보여주는 '스쿨 앤 시네마'에 편성되고, 교과서에도 수록되며 정규교육과정에 포함된 작품이 되었다고.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내용이 교육과정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ㅣ로레 & 미카엘 역의 '조 허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주인공 미카엘 역의 '조 허란' 배우가 아닐까 싶다. 남자아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여자 배우이면서, 소년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여러 배우들과 호흡하며 미세한 표정 변화도 연기로 표현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 그런데 놀랍게도 '조 허란'의 캐스팅은 크랭크인 3주를 남기고 캐스팅했다고 한다. (운명인지 캐스팅 첫날 만난 배우였다고.) 영화를 관람하면 캐스팅 디렉터와 감독이 첫날에 캐스팅을 완료한 이유가 이해가 되는데, '조 허란'은 가만히 있어도 풍기는 비주얼부터 감정 표현까지 '미카엘' 그 자체였던 것 같다.
또한 '미카엘'의 친구들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대부분은 그녀의 실제 친구들을 캐스팅해 자연스러운 모습을 강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게임을 하고, 축구를 하는 모습이 유난히 자연스러웠던 이유인 것 같다.
ㅣ여동생 '잔' 역의 '말론 레바나'
다음 주목할 배우는 '미카엘'의 여동생 역할로 등장하는 '잔'을 소화한 '말론 레바나'. 너무 귀여워서 보는 내내 엄마 미소 장착해버렸다.. 비주얼부터 목소리까지 이모 마음 다 녹여버렸어...
동생 '잔'은 '미카엘'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고 아껴주는 인물이다. 집에서는 로레 언니로, 밖에서는 미카엘 오빠로. 미카엘이 원하는 그대로 지지해 주며 존중해 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잔'의 편견 없는 시선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인 것 같다. 이미 세상에 깊게 자리 잡은 편견들이 많지만, 언제나 누군가에게 나만의 시작을 끼우지 않고 바라봐 주어야 한다는 것을 항상 염두 해야겠다.
ㅣ성장통을 겪는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역할
자신의 딸이 '남자라고 거짓말'을 하고 다니는 것을 알게 된 엄마는 아이에게 강제로 원피스를 입힌 후, 친구들의 집을 돌며 성별을 밝히게 한다. 아이가 좋아하지 않는 옷을 강제로 입히고, 심지어 그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도록 하는 부모의 훈육 모습은 아이에게 매우 폭력적이었던 순간이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내 미안함을 느낀 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널 상처 주려는 게 아냐. 더 좋은 방법 있으면 말해줄래? 난 정말 모르겠거든."이 대사에서 엄마는 아이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에 대한 훈육을 하려던 중 상처를 주게 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혼란스러움이 가득한 엄마의 대사에서 부모들에게도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나라면 어땠을까? 좋은 방법이란 무엇일까? 내가 로레의 엄마였다면 어땠을지 고민해보았을 때 명확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도 로레의 엄마처럼, 여러 가지 불안 요소가 따르기에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훈육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누군가를 존중해야 하는 것과 육아라는 것이 결합되었을 때는 많은 책임감과 공부가 잇따르게 되는 것 같다. (이 영화의 GV에 가지 못한 게 슬퍼지는 순간이다.)
나는 행복하게도 뿌리 깊게 박혀진 세상의 고정관념보다는 나 그대로를 집중해 주는 부모님 아래서 자랐다. 대표적으로 여자아이는 '빨간색/분홍색', 남자아이는 '파란색/초록색'을 좋아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아이러니한 느낌에서 매우 자유로웠고, 언니의 취미생활을 유난히 따랐던 나는 내 선호였던 인형놀이도 하면서 언니의 선호 장난감이었던 공룡과 RC카도 가지고 놀았다. 학창 시절에도 프린세스 메이커를 즐기면서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를 즐겼던 사람이다.
어른이 되어서 '남자들이 하는 게임을 왜 했어?'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는데, '이게 왜 남자 게임이야?'라는 대답을 항상 해왔다. 특정 성별이 더 많이 선호하는 장르는 물론 있지만, 성별이 나누어진 장르는 결코 없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몸으로 익히게 된 것 같다. 내가 <톰보이> 같은 영화를 보며 공감한다는 것은 부모님의 영향인 것 같아 감사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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